주말 골프를 즐기고 귀가한 남편이 한숨 자고 일어난 한낮의 해가 뉘엿해질 시간 오후 5시에 주말농장에 갔다. 느즈막한 시간인데도 몇몇의 사람들은 아직 밭에 남아 있었다. '우리만 늦은게 아니구나.' 나름 안도가 됐다.
지난 주에 심은 배추모종과 새로 싹이 난 어린 무잎이 구멍 투성이다. 먹어야 사는 건 사람이나 벌레나 생명있는 건 다 매 한가지지만 여린 새싹들이 구멍 숭숭이니 안타깝다.
지금 우리밭에 가장 무성한 작물은 민트뿐이다. 민트 너라도 푸릇해서 고맙다.
2주 전 뿌렸던 무씨는 싹을 틔워 순들이 나왔는데 왼쪽 비트는 무씨와 함께 파종했건만 아직도 빈 구멍 그대로이다. 씨가 불량인건지 씨앗이 커서 새들이 파먹어 버린건지. 다시 남아있는 비트씨를 파종했는데 다음주에는 제발 싹이 올라오면 좋겠다.
쌈채소를 파종한 자리에서는 싹들이 죄다 얼굴을 내밀었다. 감사하다.
봄에 심은 생강은 가을에 잘 쓸 수 있겠지.
바나나 껍질로 액비를 만들었다. 식물이 자라기 위해서는 NPK 즉 질소, 인산, 칼륨(칼슘)이 필요한데 바나나껍질 비료는 인산이 풍부한 좋은 천연비료가 된다. 만드는 방법은 용기에 바나나껍질을 넣고 물을 부어 하룻밤 묵히면 완성이다.
옆집이 농사를 포기하고 잡풀이 무성했는데 오늘 가보니 왔다 간 모양이다. 풀을 다 제거하고 땅이 보이게 해놨다. 옆집 밭이 말끔해지니 잃어버렸던 우리집 밭의 경계를 다시 찾을 수 있었다. 한뼘 만큼 되찾은 땅의 흙을 뒤집어 무씨를 파종했다.
주말농장은 옆집을 잘 만나야한다. 그런데 옆집 운은 늘 복불복이다. 옆집이 농사를 포기한 순간 내 밭은 나쁜 영향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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