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정엄마가 돌아가시고 우리집 장맛이 변했다.
당연하다.
친정엄마가 담가서 보내주시던 된장이 다 떨어지니 시장에 가서 사다 먹었다.
남편은 말은 하지 않았지만 아이들은 정직하다.
된장이 맛이 없단다. 외할머니의 된장이 먹고 싶다고 했다.
인터넷을 섭렵 후 호기롭게 메주를 사서 직접 장을 담갔다. 여전히 할머니 된장맛이 아니라고 했다.
그 다음 해에는 친정동네 어르신들한테 친정엄마가 어떻게 된장을 담으셨는지 여쭈었다.
어렸을 적 봤던 기억을 되살리고 동네 어른들의 조언을 참고삼아 장을 담고 된장을 갈랐다.
드디어 외할머니의 된장맛이 난다고 좋아했다. 다행이다.
2년 숙성된 된장이다. 친정엄마가 만드셨던 방법 그대로 재료 또한 자연에서 난 것으로만 담았다.
보통은 60일 만에 장을 가르는데 그러면 된장은 맛있지만 간장은 덜 맛나다고 친정엄마는 90일이 지나야 장을 가르셨다. 대신 장을 뺀 메주에 다시 콩을 삶아 섞어 콩의 영양과 맛을 보충한 뒤에 보리밥을 섞어 발효를 도왔다.
간장맛도 된장맛도 놓치지 않는 친정엄마의 비법이다.
어렸을 적 보면 장 가르기를 하면 간장을 다려 놓는 경우가 많은데 간장을 다리지 않는 것이 맛도 더 깊고 발효미생물도 죽지 않아 더 건강한 간장으로 숙성된다.
동네 다른분들처럼 엄마도 가마솥에 장을 부어 달큰하게 장을 다렸는데 나는 발효미생물이 살아있는 생장 맛을 추구한다.
● 집된장 담는 법 ●
1. 장은 음력 정월(음력1월)에 담는다. 옛날 어른들은 정월에 말날을 택해 정을 담갔다. 말날은 12지지 중에 말에 해당하는 날이다.
2. 장 담기 하루 전날 소금물을 18~19% 농도로 만들어 둔다 . 달걀을 소금물에 띄웠을 때 500원 동전 크기로 떠오르면 농도가 맞다.
예전에 할머니는 장 담글 소금을 면보를 깐 소쿠리에 담고 그 소쿠리를 항아리에 걸친 후 소금 위로 물을 부으셨다. 부은 물이 소금을 녹여 소쿠리 아래 모인 소금물은 농도가 적절하게 잘 맞았다. 면보에는 갯펄 진흙과 그 외 지저분한 것들이 남아 있었다.
하룻밤 개흙을 가라앉힌 후 깨끗한 소금물을 장물로 쓴다.
물은 생수를 사용하면 된다.
3. 메주를 깨끗한 물에 씻어 말린다.
4. 항아리를 소독한다. 항아리 소독은 솥 위에 엎어서 물을 끓여 열탕소독을 하거나 소독해서 깨끗한 행주에 소주를 묻혀 닦아낸다. 예전 어른들은 지푸라기에 불을 붙여 항아리 소독을 했으나 지푸라기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이므로 현재 가능한 방법으로 항아리 소독을 한다.
5. 잘 정리된 메주는 소독된 면주머니에 한두 개씩 담아 메주가 쏟아지지 않게 주둥이를 묶는다. 나중에 장가르기 할 때 메주가 장물을 불어 흐물흐물 깨져 장이 탁해지는게 싫어 나는 면주머니에 메주를 담는다. 장가르기 할 때 면주머니만 꺼내면 되어서 일이 훨씬 쉽다. 이때 메주 한 개를 남겨 장 가르기할 때 가루내어 된장에 섞는다.
6. 콩 1말(메주 4~5덩이) 당 북어를 1~2마리 계산해서 항아리 바닥에 깐다.
7. 주머니에 든 메주를 항아리에 차곡차곡 쌓은 후 메주가 떠오르지 않게 대나무를 얼기설기 엮어 고정한다. 이때 면주머니 대신 양파망을 이용하는 사람도 있는데 완천 비추천이다. 염도 높은 장물에 양파망의 플라스틱성분이 녹아나올 수 있다. 염도가 있는 장에 담글때는 면이나 삼베 주머니 같은 천연원단을 이용해야 한다
8. 전날 만들어 둔 소금물을 항아리 가득 붓는다. 항아리 입구까지 가득 부어야 장물이 햇빛 받는 면이 많아진다. 깨끗한 숯과 마른고추, 대추를 대여섯 개 정도씩 넣는다. 숯과 대추는 불순물을 흡착하는 역할을 한다. 납작한 돌을 얽킨 대나무 위에 올린다
9. 정월 추울 때 장을 담글 때는 염도를 조금 낮게 잡아도 된다. 대신 날이 따스해질수록 염도가 높아져야 상하지 않는다.
10. 60일장은 장담근 지 60일 만에 장을 가르고, 90일장은 90일만에 정을 가른다.
60일장은 장물에 메주의 맛난 물이 덜 빠져 된장이 맛있고, 90일장은 메주의 맛난 물이 많이 빠져 간장이 맛있다.
11. 장을 담은 항아리는 유리항아리 뚜껑을 덮어 햇빛이 잘 들고 바람이 통하는 곳에 둔다. 햇볕이 들지 않으면 덜 숙성되어 깊은맛없이 그냥 메주맛 된장이 된다
● 장가르기 ●
장가르기는 정월에 담근 장에서 메주를 갈라내는 것을 말한다.
장은 그대로 항아리에서 숙성하면 간장이 되고 메주는 된장이 된다.
막 가른 장은 밝은 갈색이지만 숙성될수록 색이 짙어진다.
1. 장 가르기 후 장물은 체에 한 번 거른다. 메주찌꺼기가 많이 걸러진다.
2 . 메주 1말 당 메주콩 1되를 계량해서 메주 쑬 때처럼 불렸다가 뭉그러지게 푹 익힌다. 보리밥도 공기 1개 분량 넣어 장에서 꺼낸 메주와 함께 잘 으깨고 치대어 섞는다.
고추씨가루도 이때 섞는다.
콩을 삶아 섞는 이유는 간장으로 빠져버린 맛과 영양을 보충하기 위함이다. 보리밥은 탄수화물을 제공해 발효를 돕는 역할을 한다. 정월에 장 담글 때 남겨뒀던 메주도 가루 내어 이 때 섞는다. 메주곰팡이가 활발하게 발효를 도울것이다. 고추씨가루는 된장 맛을 칼칼하게 해준다
3. 장 항아리 바닥에 깔았던 북어를 건져 된장 담을 항아리 바닥에 옮겨 깐다. 나중에 된장이 다 숙성되면 북어살은 다 녹아 된장에 흡수되고 북어뼈만 고스란히 남아있게 된다
4. 메주와 콩, 보리밥을 섞은 반죽에 간장과 소금으로 간을 한다. 먹어보며 짜다는 느낌이 들 때까지 간을 해야 한다. 소금으로만 간을 하면 된장이 숙성되었을 때 색이 샛노랗게 예쁘다. 장으로 간을 하면 된장 색이 검지만 깊은 맛이 난다. 장과 소금을 적절히 혼합하면 색과 맛 둘 다 잡을 수 있다.
5. 된장은 공기가 들어가지 않게 꾹꾹 눌러가며 항아리에 담아야 한다. 된장을 다 담았으면 장에 불려둔 다시마로 빈틈없이 덮어준다. 먹을 때도 된장에 구멍없이 꾹꾹 눌러줘야한다
6. 김장비닐을 다시마 위에 덮은 후 소금을 두껍게 올린다. 혹시라도 파리가 근접하지 못하게 함이다.
7. 유리항아리 뚜껑을 덮어 햇빛이 잘 들고 통풍이 되는 곳에서 2~3달은 더 숙성시켜 먹는다. 된장은 2~3년은 되어야 맛있어지며, 시간이 지날수록 맛이 깊어진다.
8. 된장은 꺼낼 때마다 다시 꾹꾹 눌러 공기가 들어가지 않게 차단해줘야 오랫동안 변질없이 먹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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