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면 친정에 내려와 언니와 함께 장을 담는다.
올해는 고추장이다.
2년 전에 담근 된장은 이번 겨울부터 판매를 시작했다.
올해 초 맛보기로 한 공기양만큼씩 나눴더니 미리 맛을 본 지인들이 언제부터 팔거냐고 문의가 많았다.
판매를 시작하니 맛을 본 지인들이 먼저 손을 들어 구매를 시작해 줬다.
검증된 맛이라서 안심이라며.
감사할 일이다.
올해부터는 고추장도 판매 목록에 올렸다.
엿기름 물을 진하게 내려 식혜를 담갔다. 잘 삭은 식혜를 큰 솥에 옮겨 더 이상 발효가 일어나지 않게 식혜를 끓인다.
찹쌀가루는 익반죽해서 도넛모양으로 만들거나 반대기로 만들어 끓는 물에 익힌다. 익으면 위로 떠오른다. 익은 도넛은 방망이로 잘 치댄다. 양이 많으니 너무 힘들다. 다음엔 그냥 찹쌀죽 쒀서 해야겠다.
식혜물과 찹쌀도넛 치댄 반죽에 메주가루를 섞는다. 발효균을 첨가해주는 것이다. 메주가루는 7kg를 넣었다. 고춧가루 5kg에 메주가루 2kg 비율정도.
식혜만으로 부족한 단맛은 조청을 넣어 단맛을 보충한다. 식혜물을 졸이면 조청이 된다. 설탕이 안들어가고 식혜와 조청으로 단맛을 내고 찹쌀이 삭으면서 고추장에서 은은한 단맛이 난다.
고추장 담을 땐 골마지 끼지 않도록 소주를 넣는다. 소주의 알콜성분이 골마지를 방지한다.
지난 여름, 살이 두툼한 두 벌 고추를 구매해 깨끗이 닦아서 고춧가루를 냈다. 우리나라 고추는 빻으면 옅은색이 나오고 중국산고춧가루는 짙은색이 나오는데 중국산고춧가루가 색이 짙은 이유는 약간의 가수를 해서라고 한다.
고추장 만들 때 가장 힘든 작업은 재료들을 섞는거다. 고춧가루 30근의 위용. 어깨가 빠질 듯 아프다.
21년도에 간수 빠지도록 신안소금 100포대를 미리 사놨다. 올해 일본의 방사능오염수 배출로 소금 품귀현상이 일었는데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앞으로 20년은 소금 걱정없이 장을 담글 수 있다.
● 고추장 쉽게 담그는 법 ●
정확한 계량은 없다 그러나 밥 짓는 것처럼 원칙을 알면 어렵지 않다.
재료 : 고추장용 고운 고춧가루, 엿기름(엿질금), 찹쌀(또는 찹쌀가루), 메주가루, 소주, 조청(또는 물엿), 천일염
1. 엿기름(찹쌀의 30~50% 정도)을 물에 불려 거친 껍질은 체에 거른다. 또는 면주머니에 넣고 잘 주물러 엿기름 액을 뽑는다.
2. 고춧가루 양의 10% 정도의 찹쌀을 계량해서 1/3은 진밥을 지어 식혜를 안친다.
3. 찰밥을 엿기름 물에 풀어 밥솥에 넣고 보온으로 5~6시간 둔다. 이때 엿기름 앙금까지 함께 넣는다. 보통 저녁에 해서 보온으로 두면 다음날 아침 식혜가 완성되어 있다. (마시는 용도의 식혜를 만들때 앙금을 넣으면 식혜가 검다)
4. 식혜는 밥알이 10여개 정도 떠 있으면 다 삭은 경우다. 또, 밥알을 손끝으로 또르륵 말았을 때 말리면 잘 삭은 것이다
5. 식혜가 다 됐으면 더 이상 발효되지 않도록 끓인다. 끓을 때 넘치지 않도록 확인해야 한다. 밥솥에 뚜껑을 열고 취사를 누르면 끓는다. 넘치지 않게 두 번에 나누면 넘침에 대비할 수 있다.
6. 식혜 만들고 남은 찹쌀은 질게 찰밥을 짓거나 가루로 만들어 찹쌀죽을 쑨다. 또는 진 찰밥에 식혜물을 더해 믹서에 간다. 사실, 찹쌀은 갈지 않아도 고추장에 들어가 시간이 지나면 삭아 없어진다.
7. 찰밥(찹쌀죽)에 식힌 식혜물을 넣고 잘 섞은 후 고춧가루를 잘 푼다. 메주가루는 고춧가루의 20% 정도를 넣어 살아있는 발효균의 역할을 하게 한다.
8. 식혜만으로는 단맛이 부족하므로 조청을 첨가해 맛을 봐가며 단맛을 맞춘다.
9. 재료를 잘 섞어 케찹보다 약간 된 정도로 농도를 만든다. 소주를 넣어 골마지 끼는 것을 방지한다. 너무 되직할 때는 식혜물이나 소주로 농도를 조절한다. 또, 너무 묽다 싶으면 고춧가루와 메주가루를 더 넣는다. 메주가루가 많이 들어가면 고추장이 텁텁해진다. 반대로 물이 부족해 너무 되면 생수를 넣거나 물을 끓여 식힌 후 넣어 농도를 조절한다. 또는 생수 대신 액젓을 넣기도 한다.
10. 농도가 맞았으면 천일염으로 간을 한다. 싱겁게 하면 상하기 쉬우므로 조금 짠맛이 돌도록 소금을 친다.
11. 고추장을 담고 하루가 지나면 고춧가루가 불어 뻑뻑해지지만 또한 시간이 지나 찹쌀밥이 삭으면 다시 농도가 적당해진다.
12. 고추장은 발효하면서 부푼다. 용기 가득 담으면 발효 때 넘치거나 밀봉된 유리병은 터지기도 한다. 용기의 80%만 담아야 한다.
13. 고추장은 3~4일 정도 후부터 먹을 수 있으나 1달 정도 숙성하면 더 부드러워진다.
14. 겨울엔 밖에서 숙성시켜도 되지만 여름엔 냉장고에서 숙성시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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