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12. 30. 토
아침부터 함박눈이 떨어지더니 오후까지 줄기차게 내렸다.
서울은 온 세상이 하얀 설국이었다.
지장재일이다. 절 입구로 들어서니 보리가 나와 마중을 한다.
아침에는 눈이 많이 쌓이지 않았으나 그래도 산으로 올라가는 비탈길이라 조심조심 걸어야했다.
절집 마당에도 폭신폭신 발걸음마다 뽀드득 소리가 좋다.
대웅전 청소를 마치고 집에 가는데 절 일을 도와주는 종혁씨가 혼자 절마당에서 제설작업을 하고 있다.
넉가래를 찾아 나도 절집 올라오는 길을 제설하기 시작했다.
계속되는 눈에 쫄딱 젖었다.
늘 법당 청소를 도맡는 7기 총무 무애심보살님과 총무님 단짝보살님이 귀가하다 말고 함께 제설작업을 해 주셨다.
혼자할 때보다 함께하니 갑자기 놀이가 된 듯 즐거워졌다.
이 두 보살님들은 복을 쌓고쌓아 음덕을 두둑하게 보유하고 계시리라.
무애심 보살님이 내 모습도 찍어주셨다. 눈이 너무 많이 와 스카프로 머리를 감쌌지만 스카프도 다 젖고 머리도 다 젖어 물에 빠진 생쥐꼴이었다.
뒤돌아보니 눈을 쓴 만큼 다시 눈이 쌓여 있다. 그래도 우리가 제설한 덕분에 오후에 절을 방문한 신도들은 좀더 안전하게 올라오셨다.
종무소에 들어가 옷을 벗어보니 겉옷 파카도 젖어 있고, 속에 입은 파카도 젖어 있어 난로 옆에 펼쳐 말려서 입고 집으로 왔다.
4시쯤 집에 왔는데 집에 애들이 없다. 6시쯤 애들이 들어왔는데 기특하게 아파트 제설 작업 울력을 하고 들어왔단다. 관리실 아저씨 혼자 눈을 쓸길래 내려가서 함께 제설작업을 했다고 한다. 잘했다. 우리 애들이 함께 제설하는 것을 보고 아파트에서 주민들이 하나둘 내려와 함께 제설을 했단다. 역시 내새끼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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